‘몇 억 마리, 몇 종, 무슨무슨 균.’
좋은 말들로 빼곡한 약국 진열대. 주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유산균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데, 정작 어떤 유산균을 골라야 할 지 고민부터 앞섭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셨을까요? 이렇게 화려한 광고 문구가 넘치는 유산균 제품들 앞에서 약사님들은 어떤 유산균 제품을 골라 드실지. 그게 궁금해서, 현직 약사이자 비오프로팀과도 사이가 좋은 약사님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약사님은 유산균, 어떻게 고르세요?"
정리하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던 이야기라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옮겨볼게요.

유산균, 많으면 좋고 비싸면 더 좋다?
사실상 절반만 맞는 말
가장 먼저 물은 질문은 유산균에 대한 흔한 통념이었어요. 유명한 유산균 제품, 균주가 많이 들었다는 제품이 일단 좋은 게 아니겠냐는 생각.
"손님들이 유산균을 고르실 때, 균 수가 얼마나 되는지, 또 보장균 수는 얼마나 되는지, 이름이 유명한지를 먼저 보세요. 유명하고 비싸면 좋은 걸로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는 그게 좋은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약사님은 톤이 살짝 올라갔어요. 이 사실을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것처럼. 물론 균이 살아서 장까지 도착하는 건 중요한 이슈라고 하긴 하셨습니다. 다만 약사님이 강조한 건 균의 ‘수’나 '양'보다 '나에게 맞느냐'였어요.
"유산균은 비타민이랑 달라요. 비타민은 피곤할 때 챙기면 대체로 도움이 되지만 유산균은 사람마다, 그리고 장의 상태마다 어울리는 균주가 다릅니다. 남들한테 좋았다고 나한테도 똑같이 맞는 건 아니에요."
이건 연구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이야기예요. 2018년 국제 학술지 《Cell》에 실린 연구(Zmora et al., 2018)를 보면,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도 사람마다, 심지어 장의 부위마다 균이 자리 잡는 양상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사실상 누구에게나 똑같이 통하는 만능 유산균이라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맞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 유산균은 원래 그 사람에게 맞춰야 할 존재(?)라는 거죠.
‘맞춤’이 왜 중요하냐면,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균주들
이어 물었습니다. 그럼 '맞춘다'는 것의 기준은 뭘까요? 약사님이 든 실마리는 균주의 '이름'과 '위치'였어요.
"유산균이라고 다 같은 유산균이 아니에요. 균주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사는 자리도 다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 단순화하자면, 이름에 '락토바실러스'가 붙는 균들은 소장 쪽에서, '비피도박테리움'라고 부르는 균들은 대장 쪽에서 주로 활동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이건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화된 구분이에요. 실제 장 속에서 균들의 활동 영역은 칼로 자르듯 나뉘지 않고 서로 겹칩니다. 다만 "유산균은 다 비슷하겠지"라고 뭉뚱그리던 시선을, "균주마다 역할과 자리가 다르구나"로 달리 보는 것만으로도 고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유산균'이라 부르지만, 그 안에는 세균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울라디균은 세균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효모’(yeast)입니다. 그만큼 '유산균'이라는 한 단어 안에 성격이 다른 균들이 섞여 있는 거죠.

그리고, 아직 조금 생소한 이름 ‘낙산균’
대장을 위해 꼭 챙겨야 할 것
균주 이야기를 하던 도중 자연스레 '낙산균'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직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쉬우시다고.
"낙산균은 아직 모르는 분이 많아요. 예전보다는 아는 분이 조금 늘긴 했지만."
낙산균이 무엇인지는, 어떤 제품의 효능이 아니라 균 자체의 이야기, 팩트로만 짚어볼게요. 낙산균(Clostridium butyricum)은 원래 사람의 장에 사는 균으로, 식이섬유 같은 먹이를 발효해 낙산(부티르산)이라는 물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낙산은 대장 상피세포가 쓰는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로 보고돼 왔고요.(Roediger, 1980, Gut)
쉽게 말해 소장을 넘어 대장까지 챙겨야 하는 분들에게는 이게 꼭 필요하다는 얘기죠.
이 낙산을 만드는 건 일반적인 유산균이 아니라 바로 ‘낙산균’입니다. 또 낙산균은 열이나 위산에 비교적 강한 형태라, 보관·섭취 조건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게 봐도 되는 편이라고.
"대장 쪽을 생각한다면 ‘비피도’ 계열과 ‘낙산균’이 함께 있는 구성을 보기도 하는데, 사실 둘이 같이 든 제품이 국내외에 그렇게 흔한 편은 아니에요."
이렇게 균의 종류와 유래까지 따지는 건, 약사님에게는 지식 그 이상이었어요. 평소 손님을 대하는 방식과도 그대로 이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벼운 상담이든 깊은 컨설팅이든 소장만 보지 않고 대장까지 같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대장 쪽까지 챙기려면 낙산균처럼 낙산을 만드는 균이나 효모 계열까지 균형 있게 들어가 있는지를 보게 되죠.
“실제 가까운 지인들은 물론이고, 손님들에게도 '고르실 거면 이런 기준으로 보시라'고 자주 말씀드려요. 비오프로 인터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평소에 실제로 그렇게 권하고 있어요.”
약사님이 한 가지 더 짚은 건 '어디서 유래한 균이냐'였어요.
"낙산균 중에서도 저는 한국인에게서 유래한 균주로 배양한 제품을 권하는 편이에요. 균이라는 게 원래 사람 몸에 사는 거라, 그 지역 사람들의 식습관이나 몸과 오래 맞춰져 온 균주가 아무래도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거든요. 식생활이 전혀 다른 나라 사람에게서 온 균주와는 배양 결과도 조금 다르고요."
다만 이건 '유래에 따른 적합성'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에요. 사람과 장내 세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건 아직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영역이랍니다. 단정하기보다 균주를 고를 때 눈여겨볼 또 하나의 판단 기준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자, 그럼 약사님이 말한 이런 '기준'을 실제 우리가 유산균 제품을 고를 때에 대입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유산균 고를 때, 뭘 봐야 하나요?
약사님이 권하는 ‘맞춤 유산균 고르기 3단계’
이 지점에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어쩌면 이 내용이 유산균을 고르는 우리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정보가 아닐까 싶네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유산균 제품 고를 때 어떻게 골라야 되냐고. 제품 뒷면 성분표(?)를 볼 때 실제로 뭘 봐야 하냐고요.
"솔직히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일반 소비자분들이 라벨만 보고 내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완벽하게 구별하긴 쉽지 않아요. 그래도 몇 가지는 볼 수 있습니다."
약사님이 짚어준 순서는 이랬어요.
첫째, 균주명.
그냥 '유산균 몇 억' 하고 뭉뚱그린 표기인지, 아니면 어떤 균인지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 있는지. 이름조차 알 수 없으면, 그다음은 따져볼 수도 없으니까요.
둘째, 보장균수.
이어서 제조 시점에 얼마를 넣었느냐(투입균수)가 아니라, 유통기한까지 살아 있음을 보장하는 수(보장균수)가 표시돼 있는지.
"균들은 원래 위산에 약하고, 온도에도 민감해요. 만들어서 유통을 거쳐 내 입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제대로 살아 있느냐가 관건인데, 이걸 보장균수로 가늠하는 거죠."
셋째, 균주들의 밸런스.
마지막으로 봐야 할 건 ‘조합’이에요. 락토바실러스 계열과 비피도박테리움 계열이 한쪽으로만 쏠려 있진 않은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장과 대장을 함께 아우르는 구성인지.
"라벨을 이렇게 보고, 잘 모르겠다 싶으면 가까운 약국에서 약사와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게 제일 좋아요. 혼자 완벽하게 고르려고 하기보다요."
.webp%253FspaceId%253D76e36620-c72b-4db0-a817-c73c38ce44a6%3Ftable%3Dblock%26id%3D3b583b2d-6504-80ab-97b2-f19d6deda896%26cache%3Dv2&w=828&q=85)
유산균은 언제,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요?
마지막, 먹을 때마다 드는 현실 고민
이건 실제로 주변 지인들한테 정말 많이 들은 질문이었서요. 늘 유산균이든 영양제든 먹을 때 ‘방금 밥 먹었는데 괜찮나?’, ‘빈 속인데..‘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마지막으로 약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균주에 따라 다르긴 한데, 통상적으로는 아침·점심 사이 약간 빈속에 챙기면 위산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에요. 낙산균처럼 위산에 강한 균은 시간을 상대적으로 덜 따져도 되는 편이고요."
즉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다기보다, 이것 역시 어떤 균이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면 약사님에게 내 상황을 공유하고 가이드를 받는 게 제일 정확하겠죠?
유산균 선택.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브랜드만 보지 말고, ‘내 상태’를 볼 것
인터뷰를 마치며 약사님이 몇 번이고 되짚은 말이 있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제품 이름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상담해 보면, 정작 본인 장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어쩌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무작정 유명한 걸 고르기보다, 하나라도 내가 이걸 왜 먹어야 하는지를 알고 꾸준히 드셔보시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나한테 맞는지는 약국에서 약사와 함께 골라보시는 게 좋고요."
약사님은 어떤 유산균이 좋다, 뭘 꼭 골라야 한다고 잘라 이야기할 수 없는 게 바로 이 유산균 제품들이라고 말합니다. 브랜드 파워나 균 수 어필에 현혹되기 보다 지금 내 장이 어떤 상태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이 글을 여기까지 보셨다면 이제 유산균 고를 때 ‘균주의 이름과 위치, 보장균수와 밸런스’를 꼭 살펴 보시길 바랍니다. 그다음 판단은 가까운 약사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고요. 그게 '맞춤'에 가장 가까운 길이니까요.
짧게 덧붙이는 Q&A
Q. 낙산균이 뭐예요?
사람의 장에 원래 사는 균의 한 종류로, 먹이를 발효해 낙산(부티르산)라는 물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일반적인 유산균과는 다른 균입니다.
Q. 유산균이랑 뭐가 달라요?
넓게 보면 '장에 도움이 되는 균'을 함께 이야기하지만, 균주마다 하는 일과 활동하는 자리가 달라요. 심지어 보울라디균처럼 세균이 아닌 효모도 그 안에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한 종류만 보기보다, 어떤 균들이 어떤 밸런스로 들어 있는지를 보는 게 좋습니다.
Q. 언제 먹는 게 좋아요?
균주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아침·점심 사이 약간 빈속에 챙기면 위산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해요. 낙산균처럼 위산에 강한 균은 시간을 상대적으로 덜 따져도 되는 편이고요.
📣 이 글은 일반식품(기타 식품)에 관한 정보로, 질병의 예방·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특정 효능·효과를 보증하지 않습니다. 성분·함량은 제품 표시사항 기준이며, 섭취 관련 판단은 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Sha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