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땐 좀 괜찮은 것 같은데, 끊으면 도로 원래대로예요."
유산균 관련 후기 중에, 저희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문장입니다. 처음엔 그냥 흘려보낼 뻔했어요. 그런데 같은 말을 하는 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이 한 줄이, 저희를 3년짜리 먼 길로 인도했죠. 오늘은 그렇게 시작된 우리 비오프로의 히스토리, 그 중에서 ‘우리가 낙산균을 선택한 과정’을 기록해두려고 해요.
시작은 똑같은 유산균이었어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낙산균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만, 솔직히 시작은 시중의 제품들과 다르지 않았어요. 10종 균주, 수십억 마리, 장용 코팅. 시장의 문법은 늘 '숫자와 기술'이었고, 비오프로도 처음엔 그 경쟁 현장 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그게 잘 만든 제품의 기준인 줄 알았던 거죠.
그런데 그 기준을 따라갈수록, 마음 한쪽이 자꾸 불편했습니다. 우리가 정말 답해야 할 질문은 '몇 마리냐'가 아닌 것 같은데, 하고요.

그런데 후기 한 줄이, 계속 걸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 문장이 문제였어요.
"먹을 땐 괜찮다가 끊으면 원래대로."
한두 분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후기를 볼수록 같은 말이 반복됐습니다. 많은 분이 결국 "내 체질이 원래 이런가 봐요", "나이 탓이겠죠" 하며 스스로를 탓하고 넘어가시더라고요.
저희는 이걸 단순히 체질이나 나이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분이 같은 자리에서 멈춘다면, 탓해야 할 건 그분들이 아니라 우리가 놓친 무언가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질문을 달리해봤죠.
한동안 저희가 붙들던 질문은 이거였어요. "어떤 유산균을 넣어야 더 좋을까?" 균주를 늘리고, 균수를 올리고, 코팅을 바꿔봤는데요. 결국 같은 질문 위에서 도는 고민이었죠.
그때 파트장님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유산균, 균주만 붙들고 볼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왜 안 달라지는지’를 봐야 하지 않겠냐고요. 돌아보면 이 지점이, 지금의 비오프로가 갈라져 나온 자리였습니다. 좋은 답을 고르는 대신, 질문 자체를 바꾼 순간.

40여 년 전 논문 속 ‘낙산’과의 조우
질문을 바꾸고 나니 공부할 게 많아졌어요.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1.
우리가 흔히 먹는 유산균은 상당수가 소장 중심으로 작동하는 균이라는 것.
2.
그런데 정작 미생물이 가장 많고 다양하게 사는 곳은 대장이라는 것.
같은 '장'이라 불러도, 소장과 대장은 살림이 꽤 다른 곳이었어요.
결정적인 단서는 40여 년 전 논문에 있었습니다. 연구자 William Roediger가 1980년 학술지 Gut에 낸 연구인데, 대장 세포가 소비하는 산소의 약 70%가 '낙산(butyrate)'을 태우는 데 쓰였다는 내용이었어요.(Roediger, 1980, Gut 21:793–798)
쉽게 말해 대장은 혈액이 배달해주는 포도당보다, 장 속 세균이 직접 만들어주는 낙산(=부르티산)을 우선 연료로 쓴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낙산은, 우리가 흔히 먹는 유산균이 거의 만들지 못하는 물질이었어요.
이 낙산이 부족하면 대장의 세포들이 살기 어려워 지고, 이내 장벽이 약해지면서 나쁜 물질이 혈액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한답니다. 우리가 겪는 여러 불편함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죠.
💬 잠깐, 대장에는 ‘비피더스균’이 유명하잖아요?
: 맞아요. 비피더스균은 실제로 대장에 많이 살아요. 그런데 비피더스균이 주로 만드는 대사산물은 초산(acetate)과 젖산(lactate)이에요. 낙산을 직접, 많이 만드는 균은 아니죠.
오히려 낙산균 같은 균들이 비피더스균이 만든 초산·젖산을 원료로 받아서 낙산으로 한 번 더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요. 쉽게 말해 둘의 역할이 다르다는 얘기.

아뿔싸. 하필 제일 다루기 힘든 균.
그 ‘낙산을 직접 만드는 대표적인 균’이 낙산균(Clostridium butyricum)이었습니다. 이름은 낯설어도 역사가 나름 깊은 균이에요. 1933년 일본에서 처음 분리된 이래 오래 연구되고 쓰여온, 이미 검증의 시간이 쌓인 균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내 일반 소비자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균이었습니다.
💬 어르신들은 ‘미야리산균’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수 있어요.
'이게 답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동시에 벽에 부딪혔어요. 하필 낙산균이, 다루기로는 가장 까다로운 균이었거든요.
낙산균은 산소가 있으면 살기 어려운 '절대 혐기성' 균이에요. 쉽게 말해, 공기에 닿으면 죽어버리죠. 그래서 배양하고 분리하는 일부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오랫동안 힘들어, 사실상 수입에 기대야 했던 균이기도 했고요. 답 같아 보이는데, 그 답이 가장 손대기 싫은 자리에 있었던 셈이에요. 화려한 코팅 경쟁을 따라가는 편이 훨씬 쉽고 빨랐을 겁니다.
3년, 그리고 70번의 '반복'
그럼에도 저희는 이 어려운 길로 들어섰습니다. 외국 성분을 수입하기 보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길, ‘한국인에게 맞춰진’ 낙산균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그렇게 3년이 걸렸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낙산균을 확보했죠. 이어 서울대 연구진과의 협업이 진행됩니다. 시제품을 만들고, 저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만들고.
그 '반복'을 70번 넘게 거듭했어요. 냄새 하나, 안정성 하나가 마음에 걸리면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길이 정말 맞나' 수없이 되물으면서요. 지금 비오프로 한 포에 담긴 낙산균 300mg(6천만 CFU)은, 그 되물음의 시간을 지나 남은 숫자입니다.

돌아보면 이 시간이, 비오프로가 약 10년째 약국이라는 자리에서 팔리는 이유이기도 해요. 쉬운 길 대신 어려운 균을 고른 것도, 그렇게 만든 제품이라 약사들이 카운터에서 실제로 권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같은 결정에서 나왔으니까요.
+ 그냥 균이 아니라 ‘한국인 유래’ 균주
엄밀히 얘기하자면 이 과정에서 생략된 이야기가 있는데요. 위에서 잠깐 언급한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낙산균’을 고집한 이유예요. 어디서 분리된 균주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질문을 계속 곱씹었었죠.
"한국인은 원래 발효식품 많이 먹잖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낙산균, 이를테면 일본에서 분리된 미야이리 588은 이미 검증이 된 좋은 균이에요. 다만 저희에겐 한 가지가 찜찜함이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장은 김치·된장 같은 발효식품 중심의 식문화 속에서 오래 형성돼온, 나름의 생태계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달라야 한다고 고집했어요.
궁극적으로 우리의 선택은, 한국인의 장에서 분리·개발된 한국인 유래 낙산균(K-낙산균)이었습니다. 왜 이게 중요한지, 왜 그토록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한국인 유래 균종’을 고집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다음 편 : 낙산균, 한국인 유래 균이 왜 중요한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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