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소장과 대장은 ‘또 다른 세계’
그리고 하나 더.
장은 흔히 '장'이라고 뭉뚱그려 하나로 생각하는데요. 파고들수록 소장과 대장은 역할도, 사는 미생물도 꽤 다른 세계였습니다.
소장은 주로 영양을 흡수하는 통로에 가깝고, 미생물은 상대적으로 적게 삽니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가 대장에 이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미생물의 수가 폭발적으로 많아지고, 종류도 훨씬 다양해집니다. 1부에서 말한 38조 마리의 대부분이 대장에 모여 산다는 것도 결국 이 얘기였고요.
이 대목에서 눈에 번쩍 뜨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챙겨 먹는 유산균(락토바실러스 계열)은, 주로 소장 쪽과 가깝게 이야기되는 균들이더라고요. 소장 유산균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소장은 소장대로 중요하니까요. 다만 저는 그동안, 미생물이 가장 붐비는 대장이라는 큰 세계를 통째로 빠뜨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정작 대장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이 물음 앞에 그 오래된 뢰디거 박사의 논문을 본 밤이 떠올랐습니다. 대장 세포의 주된 연료가 다름 아닌 낙산(부르티산)이라던 얘기. 그리고 그 낙산은, 대장에 사는 특정 균들이 식이섬유를 발효시켜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그 낙산을 직접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균이 바로 ‘낙산균’이었고요.
그렇게, 유산균 이야기에서 출발한 저는 어느새 '낙산'과 '낙산균'이라는 낯선 이름 앞에 서 있었습니다. 오래 품고 있던 "왜 챙겨 먹어도 늘 그대로일까"라는 물음의 실마리가, 어쩌면 이 낯선 이름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과 함께.
그래서, 회사에 우겼습니다.
한번 눈이 트이니 가만있을 수가 없었어요. 회의 자리마다 이 얘기를 꺼냈습니다. 우리도 이걸 제대로 해봐야 한다고. 마침 이 분야가 국내외에서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던 무렵이라, 큰 기업들도 하나둘 들여다보던 때였고요.
첫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바로 리턴된 말이 이거였어요.
"그렇게 좋은 거면, 왜 아직 안 유명하겠어?"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꿀 먹은 벙어리 신세. 정말로,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이 균은 왜 이토록 낯선 이름으로 남아 있었을까. 저조차 마음 한구석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 찜찜함에 오기 덩치를 키웠습니다. 더 파고 들었죠. 파고들수록, 그 '안 유명한 이유'에 오히려 해답이 보였습니다.
우리가 주목한 건 낙산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낙산균이었는데, 하필 이 균이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거든요. 1930년대에 일본에서 처음 알려진 이 균은 산소를 싫어하는 성질 탓에 배양도 분리도 몹시 어려웠고, 그래서 오랫동안 연구도 생산도 힘들어 현재 대부분 수입에 기대고 있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유명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어쩌면 유명해지기엔 너무 손이 많이 가는 균이었던 거예요.
그럼 이제 문제가 심플해집니다.
‘이 균을 들여와서 제대로된 제품으로 만들면 되겠다’
‘비오프로’팀의 시작
그렇게 팀이 꾸려지고, 팀원글이 그 길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다음은 사실 화려할 게 하나도 없는 시간이었어요.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읽고, 약사들, 또 약국을 찾는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왜 그렇게들 유산균을 챙겨 먹는데도 "끊으면 도로 그대로"라고들 하는지, 소장과 대장은 어쩌면 그렇게 다른 세계인지, 낙산이라는 낯선 물질이 대체 무엇인지.
묻고, 공부하고, 또 물었어요. 지금 회상하면 알수록 모르는 게 늘어나는, 좀 이상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고, 내놓고, 부수기를 반복했죠.

처음 만든 건 냄새도 맛도 낯설었고(특유의 쿰쿰함 때문에), 원하는 만큼 함량을 담아내는 일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배합도 쉽지 않았고요. 좀 낫다 싶으면 어김없이 아쉬운 데가 다시 보였고.. '정말 이 길이 맞나' 싶어 자료를 덮고 한참 천장만 올려다보던 밤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오래 앓아온 제가 총대를 멘 일이었으니, 흔들릴 때마다 붙잡을 데가 결국 제 몸의 기억밖에 없었어요. 나 같은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뭘까, 그거 하나만 자꾸 되물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우리는 한 발 더 욕심을 냅니다. 기왕 어려운 길로 들어선 거, 그냥 낙산균이 아니라 '한국인의 장에서 나온 균주'를 활용하기로 한 거예요.
사실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낙산균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훨씬 쉽고 빠른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을 건데 딴 나라 사람 장에서 따온 걸 그대로 쓰는 게 맞나?"라는 물음이 발목을 잡은거죠. 그렇게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의 장에서 어렵게 분리하고 길러낸 균주(K-낙산균)를 찾게 됩니다.


사실 '왜 하필 낙산균이라는 종(種)이었나', 또 '왜 굳이 한국인의 장에서 나온 균주였나'라는 두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글로 풀어 소개한 적이 있어요.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개발 비하인드 1. 우리가 낙산균을 선택한 이유
🔗 개발 비하인드 2. 낙산균, '한국인 유래 균'이 왜 중요한건데?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동안 70번이 넘는 테스트에 매진했어요. 진솔한 마음으로 약사님들과 머리를 맞댔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실제 퍼포먼스를 내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물음 하나만 붙들고요.
돌아보면 이건 어떤 영리한 사업 전략이라기보다, 오래 불편을 겪던 사람이 자기 몸을 끝까지 이해해 보려고 벌인 긴 씨름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씨름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함께해줬고요.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제품 출시를 코앞에 둔 시점입니다.
오래 붙들고 씨름하던 비오프로가, 드디어 형태를 갖췄거든요. 수없이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던 배합은 마침내 테스트를 통과했고, 낯설던 냄새와 맛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맛은 베리맛인데 간식으로 챙겨 먹어도 좋을 만큼 밸런스가 좋답니다.
며칠 전엔 포장 패키지까지 정리돼, 이제 막 세상으로 나갈 채비를 마쳤어요. 오랫동안 머릿속과 실험대 위에만 있던 것이 손에 잡히는 물건이 되어 눈앞에 놓여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뭐랄까…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을 사회에 내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게 아닐까 싶네요.



우선은 우리 공식몰(에브리해빗)과, 서울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밥스누(BabSNU), 이 두 곳에서만 조용히 선보이려 합니다. 여기저기 넓게 뿌리기보다,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온 우리 자리에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이걸 단지 새로운 제품 라인업 하나를 늘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래 예민한 속을 안고 살아온 사람이, 자기 같은 사람한테 정말 필요한 게 뭘까를 수 년이나 되물으며 붙든 시간이 고스란히 이 안에 담겼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품이라 부르기 보다, '작품'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조금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이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리얼 진심이니까.
이 마음이, 앞으로 더 많은 분께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비오프로를 만들었는지, 그 시간, 그 진심이 조금이라도 전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비오프로, 많이 기대해 주시고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
💪🏻 진심으로, 비오프로.
장 건강에 진심인 사람들이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만든 대장 유산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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